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 아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 밀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 저 하늘 저 빛깔이 그리 고울까 / 아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떼 / 버들가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오리 /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데나 (김동환 작사, 김동현 작곡, 박재란 노래 / 1965년)
위 노랫말은 ‘국경의 밤’으로 익히 알려진 파인 김동환(1901년 9월 27일~1958년 / 함경북도 경성 출생) 시인의 시에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김동현'이 곡조를 붙여 탄생한 대중가요 '산 너머 남촌에는'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은 파인 김동환(巴人 金東煥) 시인이 1927년 '조선 문단'을 통해 발표한 서정시이다. 본디 시는 3연으로 되어 있으나 시의 2연까지만 노래로 채택되어 재탄생되었다.
그런데 이 시가 좋아 끝내 곡을 붙였고, 그래서 수난을 겪고 또 영광을 얻었다는 작곡가 '김동현'은 노래에 관해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하고 있다.
해방의 감격과 함께 그에 못지않은 충격을 안겨다 주었던 38선과 국토의 분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새에 1945년도 저물어 1946년도에 들어섰다. 그러나 38선은 풀리지 않았고 국토의 분단은 그대로 영속화할 듯이 보였다.
다시는 오가지 못할 것 같은 남녘땅…. 그의 가슴에도 남녘땅을 향한, 향수를 닮은 그리움이 솟구치곤 하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자신이 의식하지 못한 채, 이러한 남녘땅에서 향수가 이 시에 곡을 붙이고 스스로 부르게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말썽은 생기게 마련이다. 시의 내용도 문제려니와 곡도 저들의 생리와는 동떨어진 극히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것인 데다. 또 스스로 불러 소개했으나 그 저의가 의심스럽고 사상이 반동적이라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그는 시달려야 했고, 저들의 감시 아래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김동현이 북녘땅을 벗어난 것은 1·4 후퇴 때 피난민의 대열에 썩혀서였다. 남쪽 땅을 디딘 그는 자기 동료 유정길과 함께 하와이안 밴드맨으로 본격적인 연주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방송 무대에서는 한편 K, A, S에 근무하면서 공보정훈 활동에도 참여했다.
이 '산 너머 남촌에는'을 처음 불러 소개하고 또 히트시킨 가수 '박재란'을 안 것이 바로 여기서, 한 소대원으로 일하는 '박재란'의 노래를 들으면서 김동현은 자기의 곡이 박재란에게 틀림없이 맺취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주어본 것이 '산 너머 남촌에는'.
가사와 곡이 빈틈없이 조화를 이룬 데에다 박재란의 미성이 또 이 곡의 애틋한 향수감을 십분 살린 노래는 대히트, 그래서 이 곡은 '김동현'의 히트와 데뷔를 겸한 곡이 되었다.
특히 하와이언 기타 반주가 곁들여져 듣는 이를 아득한 동경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박재란의 <산 너머 남촌에는>은 1965년에 발표되어 한반도의 절반을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그 후 '박재란'은 탄탄대로를 걸어 톱 가수의 성좌에 군림했으며, 한명숙, 현미와 함께 1960년대 여가수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 박재란의 '산 너머 남촌에는'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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