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은 마포 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하나 / 첫사랑 떠나간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 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 가는 마포 종점 / 여의도 비행장에 불빛만 쓸쓸한데 /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하면 무엇하나 / 궂은비 나리는 종점 / 마포는 서글퍼라. (정두수 작사 / 박춘석 작곡, 1967년)
위 노랫말은 1968년 운행을 중단한 전차의 추억과 함께 영등포~마포 간 다리가 없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이다.
그들이 불렀던 엔카 풍의 분위기가 연상되는 멜로디와 재미있는 노랫말의 '마포종점'은 1968년까지 운행됐던 전차의 종점을 말하며 당시 서민들을 매료시키며 주가를 올렸다.
1960년대 마포에는 새우젓 장수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노래 가사대로 여의도에는 공군 비행장이 있고 강 건너 영등포에는 굴뚝이 많은 공장지대였다고 한다.
그리고 1967년도에, 이 곡이 히트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겼는데, 그것은 실제로 마포 전차 종점 일대 상가가 활성화된 것이다.
전차뿐만 아니라 서강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버스 종점이 있었는데,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점을 구경하기 위해 마포를 찾아오기도 했다.
이러한 풍경은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 중 하나여서 당시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었는데, 아마도 넘치는 뽕짝 분위기에 섬세하고 세련미 넘치는 화음이 당시 대중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등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방울 자매는 박애경과 김향미 두 사람으로 구성된 여성 보컬 듀엣이었다. 원래 이들은 부산 KBS에서 각각 솔로로 활약하다가 음색이 닮고 창법이 같아서 듀오로 출발했다.
'쌍고동 우는 항구' 등의 노래를 녹음했는데, 별로 큰 반응이 없다가, '마포종점'이 히트를 하면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
이들은 서민들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삶 그 자체를 담아 진실한 감정으로 노래했다.
특히 노랫말과 화음까지 모두 한 맥을 이룬 분위기가 거의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누구라도 한 번쯤 귀 기울여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구사했으며 한국 가요계에서 전설적인 여성 듀오로 남아있다.
▶ 마포종점 - 은방울 자매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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