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는 삼척장검 바람에 울고 / 옷소매를 쥐어 짜는 빗방울 소리/ 충성이 젖었느냐 사랑도 젖어 / 두 갈래 쌍갈래 길 해가 저물어 / 아~~ 왕자 호동 왕자 호동아
자명고에 북을 치면 호동이 죽고 / 자명고를 없애 놓으면 모란이 죽네 / 사랑을 찾아갈까 충성을 바쳐 / 장부의 굳센 마음 눈물에 젖네 / 아~~ 왕자 호동 왕자 호동아 (손로원 작사, 조춘영 작곡)
위 노랫말은 삼국사기에 기록돼 전해져 오는 설화 '호동왕자'를 바탕으로 만든 대중가요 도성아의 '왕자호동'이다.
'왕자호동'은 1952년, 대구 칠성동 오리엔트 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곡으로 손로원 작사, 조춘영 작곡, 가수 도성아(1930~2007)의 대표적인 노래이다.
낙랑의 자명고를 둘러싼 호동왕자와 모란 공주의 비련을 소재로 한 가요로는 이보다 앞서 박재홍의 '자명고 사랑'이 발표되어 크게 히트했다. 여기 '호동왕자'도 역시 자명고의 설화에서 취재한 가요로 그와 쌍벽을 이루는 노래이다.
다만 '자명고 사랑'이 충성과 사랑과의 갈등의 양상에서 대상을 파악한 데 대해서 '왕자호동'은 제목 그대로 호동왕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표현한 것이 서로 다른 점이지만 그 비극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서로 다를 수가 없었다.
1950년대 임시수도 부산, 이 무렵 부산에는 '남희네 집'이라 불리는 하숙 겸 여인숙이 있었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지만, 한 사람 두 사람 연예인들이 모이다 보니 그만 연예인 전문의 여인숙이 되어버리고 만다. 물론 옥호(屋號)가 따로 있었는지 없었는지 분명치 않지만, 주인네 딸의 이름이 '남희'여서 '남희네 집' , '남희네 집' 하고 부르다 보니 그것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왕자호동'도 연예인들의 아지트가 되어버리고만 이 집에서 작곡한 작품이니 당시 작곡가 조춘영은 이 노래를 들으면 남희네 집 생각이 새삼 그리워졌다.
이 노래를 처음 부른 가수 '도성아'는 경기도 이천 우체국 직원이었는데 당시 전국 콩쿠르에서 1등으로 당선되어 가수로 데뷔하였다.
이후 영화 '옥단춘'의 주연 남우이자 수려한 외모와 맑은소리로 사랑을 받는 가수로 활동한다.
특히 만년필을 멋지게 들고 무대에 화려하게 나타나서 그가 수연한 빛을 띄우고 무대에 서서 '비에 젖는 삼척장검 바람에 울고..., '하고 부르면 장내에 요염한 기운까지 돌았으며, 여성 같은 미남 가수인 그는 때로는 갓 쓰고 나타나 이 노래를 불러 재창 삼창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 후 본격적인 영화인으로 진출했으나 가수로서의 히트는 이 한 곡을 기록한 셈이다.
▶ 도성아 '왕자호동'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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