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왔다 울고가는 설운 사정을 / 당신이 몰라주면 누가 알아 주나요 / 알뜰한 당신은 알뜰한 당신은 / 무슨 까닭에 모른척 하십니까요
안타까운 가슴속에 먹은 마음을 / 알아만 주신대도 원망 아니 하련만 / 알뜰한 당신은 알뜰한 당신은 / 무슨 까닭에 모른척 하십니까요
만나면 사정하자 먹은 마음을 / 울어서 당신앞에 하소연 할까요 / 알뜰한 당신은 알뜰한 당신은 / 무슨 까닭에 모른척 하십니까요. (1938년, 조명암 작사, 전수린 작곡)
위 노랫말은 1937년 발표되어 8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애잔한 노랫말과 구슬픈 멜로디로 감동을 주는 가수 황금심의 대표작 ‘알뜰한 당신’이다.
평범한 한 여자의 넋두리를 내용으로 하는 가사이기는 했으나, 황금심의 구성진 목청을 타고 흐르는 '알뜰한 당신'은 한 여자의 넋두리를 넋두리에 그치지 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애절한 원망을 하는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곡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목소리 좋은 무명의 소녀 가수 황금심을 일약 스타로 군림시켰던 노래이다.
가수 황금심(黃琴心:1922~2001)의 본명은 '황금동'이다.
그녀는 처음 오케이 레코드사 이철 사장에 픽업되어 1937년 박시춘 작곡 ‘왜 못오시나요’, 손목인 작곡 ‘지는 석양 어이하리요’로 데뷔한 이후, ‘울산 큰애기’, '삼다도 소식', '외로운 가로등'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특히 황금심(黃琴心:1922~2001)은 신민요와 트로트를 아우르는 독특한 음색으로 이난영·장세정 등과 함께 해방 전후 가요계를 풍미했던 1세대 여가수다.
1930년대 중반 서울 종로구 청진동 어느 여염집에선 소녀의 앳된 노랫소리가 흘러나와 길을 가던 행인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느 날 이 노래에 매혹된 한 청년이 이 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 사람은 바로 빅터레코드사의 문예부 직원. 그 이튿날로 레코드사에서 만나자는 제의를 받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황금심(黃琴心)이었다.
그녀의 노래는 당시 구성진 콧소리와 함께 뭇남성의 가슴을 흔들만했다.
1937년 12월에 발표된 "알뜰한 당신"이 히트하자, 당시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머리까지 깎이고 집에 구금되고 말았다.
18세의 황금심은 단식을 하면서 고집을 꺽지 않자 어머니의 간청으로 가수의 길을 계속하게 되면서 본명 황금동과 OK레코드 취입 때의 황금자 대신 작사가 이부풍이 지어준 황금심으로 빅터 전속가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당시 오케레코드와 빅터레코드에서 황금심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며, 이 때문에 법정 문제로 비화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때 다른 음악인들이 중재하여 오케 레코드사에는 이미 많은 가수가 있으므로 양보해 달라는 청을 간곡하게 넣어서 황금심은 빅터레코드 소속으로 결정되었다.
이 '알뜰한 당신'은 빅터레코드에 정착한 이후 첫 히트곡이라 할 수 있다.
워낙 타고난 목소리가 좋아서 사람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은쟁반에 옥구슬 굴리듯 청아한 목소리”라고 평하였다.
황금심의 인기는 높이 솟았고, 당시 여가수이었던 박단마(朴丹馬), 김복희(金福姬) 등 다른 여성가수들까지도 덩달아 위상이 높아졌다.
이후 '외로운 가로등', '추억의 탱고' 등 그녀의 히트송은 그 무렵 노래의 은하수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8.15해방 이후 그녀가 발표한 노래 중 '삼다도 소식', '뽕따러 가세', '장희빈' 등은 가요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삼다도 소식'은 1952년에 발표된 신민요 조의 작품으로 여자 많고, 돌 많고, 바람 많기로 유명한 삼다도 제주를 주제로 한 의미 있는 곡으로 황금심의 구성지고 처량한 목소리가 일품으로 꼽고 있다.
작사가 박시춘이 피난 당시 하모3리 돈지동에 있는 '육군 제1 훈련소 (제주도) 군예대에 소속되어 있을 때에 만든 작품으로 모슬포의 바다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무엇인가 부족한 동경과 목마르도록 그리움의 물결을 타고 삼다도 소식이 되어 전쟁으로 고달픈 생활을 헤쳐나가는 많은 사람에게 한 많은 설움과 고뇌를 씻어 주었던 노래이다.
■ 그녀의 남편은 가요계의 성좌 고복수 선생이다.
그녀의 남편은 우리나라 가요계 변천사에 있어 커다란 의미를 가진 <짝사랑>, <타향살이> 등을 발표해 일제치하에 잠들어있던 우리 문화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던 가요계의 성좌 고복수 선생이다.
1940년에는 가수 고복수의 활동이 극단에 몸을 담고 극장에서의 활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즘, 반도악극단에서 공연된 춘향전에는 이도령 역으로 고복수가 노래와 연기를 하고 춘향 역에는 빅터 전속가수 황금심이 맡았다.
이 무대의 이도령과 춘향이는 무대 밖에서 3년의 밀애 끝에 1941년 혼인하여 부부 가수로 탄생하였다.
그러나 고복수와 혼인하기 전 3년 동안 고복수와 손을 끊으라는 아버지의 호통에 몇 번의 가출과 임신 8개월의 몸으로 버틴 끝에 겨우 아버지의 허락을 받게 되었다.
고복수와 황금심은 연예계에서 스캔들 없이 살아온 원앙 부부였다. 12살 아래인 황금심의 남편에 대한 내조는 극진했다고 한다.
인기 절정에 있을 때는 돈이 궁한 줄 모르고 화려한 생활을 했으나, 은퇴 후 말년에는 사업에 실패, 서적외판원을 하는 신세가 됐던 고복수였지만 황금심은 그가 72년 2월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특히 그가 죽기 전 1년 동안 신경성 고혈압과 식도염으로 투병생활을 할 때 황금심의 간호는 눈물겹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황금심은 어질고 순한 남편이 세상을 뜬 후 홀로 지내며 모범적인 사생활을 했고 3남 2녀의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낸 현모양처이기도 했다.
한때 세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일출봉'이라는 형제그룹을 만들어 활동하였으며, 그중 황금심 선생의 장남인 고영준은 현재 몇 안 되는 가수 2세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2001년 7월 31일 79세로 타계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그녀가 불렀던 '알뜰한 당신'은 흘러간 옛 노래 속에 불리며, 듣는 이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리고 서울 청진동의 목소리 좋은 무명의 소녀였던 그녀의 열여섯 즈음의 자화상은 지금도 아름답게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 황금심 '알뜰한 당신'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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