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자 꽃 서울 춤추는 꽃 서울 / 아카시아 숲속으로 꽃마차는 달려간다 / 하늘은 오렌지색 꾸냥의 귀걸이는 한들한들 / 손풍금 소리 들려온다 방울소리 울린다
울퉁불퉁 꽃서울 꿈꾸는 꽃서울 / 알곰 삼삼 아가씨들 콧노래가 들려온다 / 한강물 출렁출렁 숨 쉬는 밤하늘엔 별이 총총 / 색소폰 소리 들려온다 노랫소리 들린다
푸른 등잔 꽃서울 건설의 꽃서울 / 뾰족 신발 바둑길에 꽃양산이 물결친다 / 서울의 아가씨야 내일의 희망 안고 웃어다오 / 맨돌린 소리 들려온다 웃음소리 들린다
위 노랫말은 최근 트로트가수 '신미래'가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청아한 목소리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창법, 귀여운 춤사위로 다시 한번 그 진가를 과시하며 80여 년 만에 역주행한 진방남의 '꽃마차'이다.
그런데 .위 노래를 듣는 옛 가요 팬들은 아마 무엇인가 낯선 것을 느낄 것이다. 원곡은 서울이 아닌 하루삔 즉 하얼빈의 이국적 풍경을 노래하는 작품이었다.
애초에 '꽃마차'의 가사는 '노래하자 하루삔(하얼빈) 춤추는 하루삔(하얼빈)' 이었는데 이것이 '노래하자 꽃 서울 춤추는 꽃 서울'로 바뀌었다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반야월, 가수는 '진방남' 이다. 1937년 조선일보 김천지국과 태평레코드가 주최하는 전국 콩쿠르대회에는 때마침 콩쿠르 붐을 타서 전국에서 모여든 가수 지망생이 무려 700명이나 모여드는 성황을 이루었다.
진방남은 이 콩쿠르에서 일등을 차지하면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즉시 ‘진방남’이라는 예명으로 태평레코드사 전속 가수로 활동하며 '불효자는 웁니다','화물선 사랑' 등을 발표했다. 여기서 '불효자는 웁니다'가 공전의 히트를 하자 그의 가수로서의 위치는 확고히 굳혀졌다.
그러나 진방남이 우리나라 대중가요 역사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가수보다는 오히려 작사가로서의 면모였다.
20세기 후반에 가장 뛰어난 대중가요 작사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걸작을 발표한 반야월(半夜月)이 바로 그의 필명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사는 '넋두리 이십 년','뽕 따러 가세', '울고 넘는 박달재','하이킹의 노래,'딸 7형제',‘소양강 처녀',‘아빠의 청춘' 등 걸작을 비롯하여 약 3,000을 넘는 작품이 있으며, 반야월이라는 이름으로 작사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노래를 분산시킬 목적으로 7, 8개의 작사가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꽃마차'도 그의 초기의 작사 작품 중 하나이다. 그러니까 1939년, 가수 진방남으로서의 전성기에 그는 태평 레코드 공연단과 함께 멀리 만주에까지 원정 공연을 갔던 일이 있었다.
도중 작곡가 이재호와 더불어 하얼빈에 들렸을 때 거리에 넘치는 이국정서에 흥을 못 이겨 작사한 것이 이 '꽃마차'였다. 그러기 때문에 '노래하자 하루삔 춤추는 하루삔' 하고 나왔다.
태평 레코드사에 의해 출반된 이 노래는 종래의 영탄조와는 다른 밝은 분위기의 가사, 구절구절에 넘치는 이국정서, 그리고 춤추는 듯한 리드미컬한 선율, 거기에 작사자 자신이기도 한 진방남이 완전히 노래를 소화한 녹음으로 크게 히트했다.
해방 후에도 한참 유행하던 이 노래는 한때 방송심의윤리위원에 의해 월북작가의 작품으로 오해받아 금지 조치되는 수난도 겪었지만,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을 첨부한 작사가 반야월의 항변이 받아들여 해금, 다시 햇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노래하자 하루빈 춤추는 하루빈 / 아카시아 숲속으로 꽃마차는 달려간다 / 하늘은 오렌지색 꾸냥의 귀걸이는 한들한들 / 손풍금 소리 들려온다 방울소리 들린다
푸른등잔 하루빈 꿈꾸는 하루빈 / 알곰삼삼 아가씨들 콧노래가 들려온다 / 송화강 출렁출렁 숨쉬는 밤하늘엔 별이총총 / 색스폰 소리 들려온다 호궁소리 울린다
울퉁 불퉁 하루빈 코코 하루빈 / 뾰죽 신발 바둑길에 꽃양산이 물결 친다 / 이국의 아가씨야 내일의 희망안고 웃어다오 / 대정금 소리 들려온다 노래소리 들린다 - '꽃마차' 원곡 가사 -
이때 작사자 자신이 비록 과거의 것이라고 하나 당시 공산 국가의 땅인 '하루삔'이란 지명을 그대로 두는 것이 마음에 꺼려 '노래하자 꽃 서울'로 가사 일부를 개정하였던 것이다.
▲ 진방남 '꽃마차' SP 원곡 감상하기
▲ 진방남 - 꽃마차 감상하기
▲ 신미래 '꽃마차' 감상하기
'대한민국을 빛낸 유행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스바의 여인' 가수 윤희상, 그가 남기고 간 못다 한 이야기 (0) | 2022.02.05 |
---|---|
대전역의 만남과 이별의 진풍경 속에 탄생한 노래, 안정애 '대전 부르스' (0) | 2022.02.05 |
떠난 임을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여인의 노래, 이난영 '해조곡' (0) | 2022.01.30 |
박달재의 사연과 서글픈 전설을 품은 노래, 박재홍 '울고 넘는 박달재' (0) | 2022.01.30 |
작사가 반야월의 가슴 아픈 가족사가 서려 있는 노래, 이해연 ‘단장의 미아리고개’ (0) | 2022.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