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 /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부엉이 우는 산골 나를 두고 가는 님아 / 둘아올 기약이나 성황님께 빌고 가소 / 도토리 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
박달재 하늘 고개 울고 넘는 눈물 고개 / 돌뿌리 걷어 차며 돌아서는 이별길아 / 도라지 꽃이 피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 금봉아 불러보나 산울림만 외롭구나 (1950년, 반야월 작사, 김교성 작곡)
위 노랫말은 작사가 반야월이 광복 후 전국 각지를 순회하던 남대문극단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울고 넘는 박달재'이다.
이 애절한 가사가 나오기까지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숨어 있다.
광복 후 혹독한 일제의 탄압 아래 숨죽이고 세월을 보내야 했던 당시 연예인들은 봄을 맞아 눈을 뜨는 새싹인양 활발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그때까지 가수로 먼저 데뷔해 진방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불효자는 웁니다' 등의 히트곡을 부르기도 한 반야월(半夜月, 1917~2012)도 남대문 악극단을 창설하여 이 대열에 끼어들었다.
당시 작사가 반야월은 남대문악극단을 꾸려서 동서남북으로 지방 순회 공연의 일정이 분주하던 어느 날...,그들은 마침 충추행 버스를 타고 비 내리는 박달재를 넘고 있었다.
이때 마침 버스에 고장이 생겨 시간이 걸리리라는 이야기, 잠시 다리를 펴느라고 내리고 보니 바로 고갯마루였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건너다보이는 산마루의 성황당앞에는 순박한 옷차림의 한 부부가 이별을 나누고 있었다. 어서 들어가라고 하면서도 자기는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아낙이 내리는 빗속에 처연해 보였다.
여기서 무엇인가 가슴이 뭉클해오는 것을 느낀 반야월, 이때 눈에 남는 정경과 감동이 다듬어져서 나온 것이 바로 이 가사였다.
한편 반야월로부터 이 가사를 넘겨받은 김교성도 이 가사를 되풀이 음미하는 가운데에 마음이 짜릿해 오는 감동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이 가사가 이 고장의 향토적인 한 장면을 너무도 여실하게 그려 놓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선율도 우리 고유의, 토속적이어야 하겠다고 생각한 그는 완성한 곡을 가수 박재홍(1924년~1989년)에게 넘겨 연습시켰다.
그것은 당시 박재홍의 인기도 인기려니와 그의 목소리나 창법이 모두 우리 고유의 것을 추구하는 데에 적격이고, 또 당사자도 그러한 의욕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서 노래는 1950년 고려 레코드에서 출반되었다. 고려 레코드는 1946년에 설립이 되어서 1947년에 최초의 국산 음반을 발매한 회사였다.
노래는 큰 히트, 한편 그 토속적인 선율이나 가사가 강한 호소력을 가졌던지, 노래도 크게 유행하여 골목마다 이 노래가 들리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특히 박달재는 충북 제천과 충주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달재란 이름을 전 국민이 안 것은 바로 이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 덕분이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1절)'로 시작해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2절)'로 끝나는 이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영화와 악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노랫말에 나오는 금봉은 박달재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조선 중엽 박달재 아랫마을에 살던 금봉과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 박달의 사랑 이야기에서 박달재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내용이다.
현재 박달재에는 금봉과 박달의 전설을 형상화한 조각공원과 목각공원이 조성됐다.
가수 박재홍은 1924년 경기도 시흥 출생으로 1947년 오케이 레코드에서 주최한 남녀 신인 콩쿠르에서 당선이 되어 가요계에 입문하게 된다.
이후 1950년 반야월의 남대문악극단 단원으로 들어가 ‘울고 넘는 박달재’를 녹음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부산으로 피란해 쇼 무대에 섰으며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유정천리’를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다.
▶ 박재홍 '울고 넘는 박달재'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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