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매기 바다 위에 울지 말아요 / 연분홍 저고리만 눈물 젖는데 / 저 멀리 수평선에 흰 돛대 하나 / 오늘도 아아아아, 가신 님은 아니 오시나
2. 모래에 적은 글씨 애처롭지요 / 물결이 씻어 가면 흔적(痕迹)도 없이 / 석양에 외로워라, 나의 그림자 / 오늘도 아아아아, 모래판에 한숨집니다
3. 사랑은 모래 위의 글씨런가요 / 가고는 아니 오니, 야속스러워 / 갈매기 날아드는 바닷가에서 / 오늘도 아아아아, 해 지도록 눈물집니다. (1937년. 이노홍(이부풍), 양상포(손목인), 이난영 노래.)
위 노랫말은 우리나라 가요사를 빛낸 인물 중 한 분인 이난영(1916~1969년) 선생의 대표작 중 '목포의 눈물'과 함께 가장 많이 알려진 '해조곡'이다.
이난영 특유의 비수에 찬 목소리와 정감 넘치는 창법, 그리고 아름답고도 애절한 선율이 조화되어, 극히 서정적이며, 한국적인 이미지를 아름답고 선명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해조곡(海鳥曲)은 말 그대로 바다새의 노래라는 뜻이다. 1937년 12월에 오케이 레코드사에서 발표된 노래로 당시 윤백남의 동명 소설 '해조곡'의 인기와 맞물리면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곡으로 알려져있다.
바다란 바라보면 볼수록 아득한 것이다. 그 아득한 바다에 점점 멀어져가는 배. 서서히 멀어져 가다가는 한낱 점으로 변화하고, 그러다가는 끝내 수평선 너머로 꺼지는 듯 사라져 버리는 배그림자는 왜인지 꼭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우를 준다.
그러한 바다..., 그 바다를 바라보고 떠나신 님을 기다려려니 오만가지 시름이 오고 간다.
시름 많은 가슴엔 하늘에 무심히 나는 갈매기의 울음소리도 거슬리는 모양이다.
제발 시름 많은 가슴을 더는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하니 아직도 꿈만을 나이,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는 님을 기다려본다.
망망한 바다에는 흰 돛대하나....아 저렇게 라도 돌아와 주었으면..., 그러나 님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떠난 임을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한 여인의 삶이 한편의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작사는 '이노홍'으로 '이부풍'(1916∼1982년)의 필명이다. 작사가 이부풍은 1916년 충청남도 부여 출생이다.
193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조 '봄빛'으로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하였다. 1937년경부터 빅타레코드사 문예부에 적을 두고 대중가요 가사를 많이 발표하였다.
'나는 열일곱 살(박단마 노래)', '아이고나 요 맹꽁(박단마 노래)', '외로운 가로등(황금심 노래)', '애수의 소야곡(남인수 노래)' , '가거라 삼팔선(남인수)' 등이 그의 작품이다.
특히 옛 가요 팬이라면 누구나 알듯, 그의 가사는 서정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이미지를 아름답고 선명하게 그려낼 뿐 아니라 그러한 것이 듣는이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자기 가사에 붙이는 곡에 대해서도 몹시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있다.
그 선율이 가사가 표출하려는 이미지를 충분히 살리고 있느냐 하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부를 것으로 예정되는 가수의 특성까지를 감안하고 세심한 배려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작사한 곡에 걸작이 많은 것인지는 모른다.
때는 엘레지의 여왕 이난영이 그 비수의 목소리와 정감 넘치는 창법으로 가요계를 풍미하고 있을때였다. 마침 가사의 내용도 그러한지라 이난영의 노래를 예정하여 손목인이 작곡하였다.
그가 '목포의 눈물'에서 보였던 솜씨는 여기서도 유감없이 살아 가사의 이미지를 아름답고도 애절한 선율로 조화시켜 재현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이난영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이 노래는 최근 KBS한국방송 '불후의 명곡'에서 소리꾼 '김나니'의 절절한 구음과 현대 무용가 정석순의 강렬한 현대 무용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색다른 컬래버레이션 무대로 관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 이난영 '해조곡' 감상하기
▶ 소리꾼 김나니 '해조곡'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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