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 발 영시 오십 분 /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 밤 / 나만이 소리치며 올 줄이야 / 아 붙잡아도 뿌리치는 목포행 완행열차
기적소리 슬피 우는 눈물의 플래트홈 / 무정하게 떠나가는 대전 발 영시 오십 분 / 영원히 변치 말자 맹서했건만 / 눈물로 헤어지는 쓰라린 심정 / 아 부슬비에 젖어가는 목포행 완행열차"
위 노랫말은 최근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소리꾼 강태관이 판소리의 깊은 울림으로 열창하여 다시 주목받고 있는 '대전 부르스'이다.
이 곡은 최치수 작사, 김부해 작곡의 대중가요로 1959년 가수 '안정애'가 발표한 곡이다. 그 뒤 1980년 조용필이 새롭게 취입했으며 이어 장사익 등 여러 가수들에게 리메이크되면서 ‘대전블루스’라고 표기되기 시작했다.
스팀 기관차가 열차를 끌던 시절이었다. 1959년 2월 제33열차로 탄생한 기차로 밤 8시 45분쯤 서울에서 출발하는 호남선 완행열차는 느린 점에서나 초만원점인 점에서 당시 이름 높은 기차였다.
밤 12시쯤 되어 대전에 도착한다. 이때쯤이면 기진맥진한 승객들이 대부분 졸거나 술타령이다.
당시 실지로 있었던 얘기다. 과거 아세아 레코드사의 최치수 사장은 그 무렵 신세기 레코드사에서 영업을 보고 있었다. 그는 지방 출장이 잦아 이 호남선 완행열차로 대전을 지나기가 일쑤였다. 당시 대전역은 경부선과 호남선의 교차점이었다
바로 이 시간에 부산행 완행열차도 들어온다. 차창 밖에서 멀어지는 광경을 보면서 그는 무엇인가 번쩍 스치는 예감에 무릎을 쳤다.
이제까지 부산행, 목포행 열차가 모두 한 노선을 타고 오다가 대전에서부터 갈라진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마음에 짚였던 것이었습니다. 마치 자정에 벌어지는 이별극인 것 같았다.
그는 즉시 노트와 만년필을 꺼내어 작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초고는 작사자인 동시에 작곡자인 김부해에 의해 개작되었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잘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
세상은 잠이들어 고요한 이 밤
나만이 소리치며 올줄이야
아- 붙잡아도 뿌리치는
목포행 완행열차'
작곡가 김부해가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블루스 선율을 얹었고, 가수 안정애의 목소리를 탄 노래는 출반되자 무난히 히트를 기록, 이것을 계기로 안정애는 최고 인기가수로 올라서게 되었다.
1963년에는 이 노래 가사로 만든 영화 '대전발 0시 50분'이라는 영화까지 개봉된다. 최무룡·엄앵란·신성일·최지희 주연으로 제작한 영화의 주제가로는 당연히 '대전 부르스'가 삽입되었다.
특히 가수 안정애가 부를 때도 큰 히트를 이루었지만, 1980년대 최고의 가수였던 조용필이 이 곡을 재취입해 부르면서 엄청난 인기와 함께 대전뿐만 아니라 지금의 국민가요로 사랑받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요계에서 정거장과 항구처럼 자주 등장하는 곳도 없다. 둘다 이별과 재회의 로맨스가 쏟아지는 장소인 탓이다.
당시 대전은 관광지도 아닌 신흥 상업도시였다. 아무런 로맨틱한 분위기도 풍기지 않는 곳이었지만, 밤 12시의 완행열차가 정거하는 그 고요한 분위기를 기막히게 포착함으로써 이 곡은 성공을 본 것이라 하겠다.
▶ 안정애 '대전 부르스' 감상하기
▶ 조용필 '대전 블루스' 감상하기
▶ 강태관 대전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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