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올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1950년 서울의 6월,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올라온 듯한 중년의 여인은 휴전선에서의 전쟁 발발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 무렵 그 여인에게는 군대 간 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여인은 삶의 질곡 한가운데 서 있는 한국의 여인상을 상징하듯 아들을 향한 그리움에 갑자기 길바닥에 들썩 주저앉아 한숨을 쉬고 손으로 땅을 치며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라는 정선 아리랑을 구슬프게 부른다.
그것은 생과 사가 교차하는 전선에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정선 아리랑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 만큼 이 땅의 대표적인 구전민요 정선아리랑은 삶이 척박한 땅 강원도 정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절로 배우고 또 불리는 끝없이 이어지고 이어질 어머니의 유언 같은 것이다.
<정선아리랑>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소리이다. 1971년,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그 고장 사람들은 ‘아라리’, 또는 ‘아라리 타령’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또 정선아리랑은 정선 산간마을 주민들의 생활감정이 담긴 정선지방 특유의 민요다.
노랫말의 내용은 남녀의 사랑, 이별, 신세 한탄, 시대상 또는 세태의 풍자 등이 주를 이루나 일제강점기 때에는 나라 없는 민족의 설움과 울분을 애절한 가락에 실어부르는 등 가락과 노랫말이 일정하지 않고 다양하다.
특히 정선아리랑은 강원도의 높은 산 위를 구름이 하염없이 흘러가듯, 또는 깊은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격정을 일으키듯 가락과 가락의 연결은 그 흐름이 너무도 유연한 강원도 민요이다.
진도아리랑이 흥청거리고 신명나며 기교성이 두드러진다면, 밀양아리랑은 뚝뚝하고 남성적이다. 이에 비하여 정선아리랑은 잔잔한 흐름 속에 소박하면서도 여인의 한숨과 같은 서글픔을 지니고 있다.
정선아리랑은 현재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3년 김길자 명창이 예능 보유자로 지정되었다.
특히 김길자 예능 보유자는 원형 보존 및 전승을 위하여 다른 민요는 일절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 김길자 명인의 정선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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