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없이 내뿜는 담배연기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 여인의 얼굴을/별마다 새겨보는 별마다 새겨보는/ 아-- 진고개 신사.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언젠가 들려주던 그 여인의 노래를/ 소리 없이 불러보는 소리 없이 불러보는/ 아-- 진고개 신사. -‘진고개 신사(심영식 작사, 김호길 작곡, 최희준 노래)’
찐빵이라는 다소 악의적(?) 애칭으로 통하는 1960년대 최고의 인기가수 최희준.
서울대학교 제1회 카니발에서 법대 대표로 나가 팻분(Pat Boone)에 <I'll Be Home>을 부른 인연으로 미8군 쇼에 아르바이트 가수로 활동했던 그는 냇킹콜의 모창이 절묘했다.
이백천, 맹원식. 김정기, 김영대 등 해군 군악대 출신으로 구성된 학사 밴드 민들레 악단과 미군 부대를 떠돌다 거장 손석우를 만나 가요계에 입문했다.
1960년 '목동의 노래'로 데뷔하였고, 그 이듬해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를 히트시키며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맨발의 청춘'(1964), '하숙생'(1965) 등의 히트곡을 연달아 내놓으며 1964~1966년까지 TBC 가요대상을 내리 3연패하며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했다.
오늘 소개할 '진고개 신사'는 1962년 문화방송에서 방송한 라디오 연속극 '진고개 신사' 동명의 주제가이다.
1962년 문화방송에서 라디오 연속극 '진고개 신사'를 방송하게 되자 그 주제가를 부를 가수의 선정에 제작진은 무척 신경을 썼다.
연속극 내용도 내용이지만 타이틀을 내보내면서 쏟아지는 주제가가 얼마나 히트할 수 있느냐가 연속극의 성패에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탓이다.
그 결과 신인 최희준 (1936.5.30~2018.8.24)이 선정이 되었다. 최희준은 곡을 받고 그날 밤 뜬눈으로 세우며 연습했었다고 고백했다.
목소리가 비교적 단순하고, 직선적이며, 요란하게 기교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가수로서의 생명이 오랫동안 지속한다고도 얘기되는 최희준은 디스크의 판매가 성공되자 비로소 안심했다고 한다.
특히 최희준의 구수한 목소리가 일품인 ‘진고개 신사(심영식 작사, 김호길 작곡)’는 시각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MBC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다.
어릴 적 실명했다가 20여 년 뒤에 개안수술을 받은 주인공이 엮는 멜로드라마로, 그러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다시 시각장애인으로 돌아간다는 비극적 메시지를 담았다.
그해 이강원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 김진규, 엄앵란을 주연을 맡았다.
이 곡의 주인공은 중년 사나이임에 의심할 바 없다. 아마 아내 이외의 여인과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 그리하여 헤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는 아내 이외의 여성과 한 번쯤은 열렬한 연애에 빠지기 쉽다고도 한다. 동기야 어찌 되었건 간에 사랑했던 여인과 헤어진다는 것은 비극임이 틀림없다.
헤어진 여인은 부단히 추억된다. 특히 조용한 시간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의자에 파묻혀 담배를 피우며 아련한 추억에 잠기는 머리 희끗희끗한 사나이의 무겁고 우울한 모습을 연상한다.
'진고개'는 서울 충무로2가, 전 중국대사관 뒤편에서 세종호텔 뒷길에 이르는 길을 말한다.
이조 시대에 충무로 일대가 비만 오면 진흙밭으로 바뀌어 어찌나 땅이 질었던지 '진고개'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특히 1885년 일본이 공사관을 지으면서 본정통으로 불렸는데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에도 진고개로 불렸으나, 일제의 잔재를 지우기 위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시호를 따서 '충무로'라고 불렀다.
지금도 진고개 어느 다방에 고즈넉이 앉아 추억에 잠긴 어느 중년 남자의 모습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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